관절염 진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과 진찰이다. 3분 진료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
*김현아 한림대 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출처]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2016.1.7.(금)
최근 수명 연장에 따라 관절염이 급증하고 있다. '걷지도 못하는 장수는 무의미하다'는 공감 속에 관절염의 중요성도 점점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환자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질병이 아니기에 암과 같은 질환에 비해 보건 의료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제는 생각을 달리할 것이 많다. 관절염 진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과 진찰이다. 이 두 단계를 거치면 90% 이상 진단이 내려진다.
류마티스 관절염도 마찬가지다. 완치를 위해서는 관절 상태가 얼마나 잘 조절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류마티스 관절염이 영향을 미치는 손·발·팔·다리 등 관절 68개를 다 만져봐야 정확하다. 이는 의사가 하루에 외래 환자를 10여 명 보는 미국에서도 힘들다. 이 때문에 대표적 기준 관절 28개를 정하여 평가하는 '관절염 활성 지수(DAS 28)'를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진료실에서는 관절 28개를 세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진료 대부분이 3분 안에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에는 활성 지수를 측정하는 것은 고사하고 처방된 약은 제대로 먹고 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알아보기도 벅차다. 이런 기본적 사안만 점검하려 해도 진료 시간이 길어져 대기 환자 원성도 높아진다.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3분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행 진찰료로는 류마티스내과를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영상으로는 3분도 길다고 한다. "이때 의사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문진과 촉진이라는 진료의 본질 대신 검사로 때우고 환자 수를 늘릴 것인가, 제대로 진료하고 관절염 진료를 축소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통풍성 관절염도 그렇다. 기실 이 병은 진단과 치료가 아주 간단하다. 그런데도 이 병을 제대로 못 보는 의사에게 가면 값비싼 영상 검사, 장기 입원, 수술까지 하게 된다." "환자는 불행해지고 병원의 수익은 늘어난다." 이런 모순이 고착된 현실에서는 환자 치료를 아무리 잘해도 돈 안 되는 진료를 하는 의사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대통령 공약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외래에서 선택 진료비와 선택 진료 의사 규모가 축소된다. 선택 진료비는 일정 요건을 갖춘 특정 의사를 선택해 진료를 받는 경우 환자가 추가 비용을 내는 제도다. 선택 진료비 폐지로 좀 더 저렴한 양질 의료가 국민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다들 믿고 있다.
과연 그럴까. 문제의 핵심은 진찰료가 줄면서 진료의 핵심인 진찰이 소홀해지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다. 의료 사고가 터지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짧은 진료 시간, 환자 수로 잘나가는 의사를 판단하는 분위기가 더 심해질까 두렵다.
정부는 선택 진료비 폐지 보완책으로 고난도 수술 수가(酬價) 현실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진료의 질을 높일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의사가 환자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고 설명하면 진료의 질 향상뿐 아니라 불필요한 검사, 처방을 피할 수 있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관절염처럼 진찰이 중요한 만성 질병이 늘어난다. 진료의 본질을 충실히 하려면 충분한 진찰 시간을 보장하는 제도가 시급하다.
[출처]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2016.1.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