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본 기사는 조선일보 편집자에게의 코너 2011.03.01에 보도된 기사입니다.(에미네천년초,나사렛대 일본어 원어민 강사)
3·1절 태극기를 달면서 충남 천안에서 한국생활 16년차 일본인인 내 마음은 착잡해진다. 일본이 저지른 역사적 만행을 독립기념관의 전시실에서 처음 보았다. 학생시절 배우지 못한 참혹한 역사에 충격을 받았다. 믿지 못할 짓을 행한 일본의 과거 행동에 죄책감을 느낀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은 실제 기록이 없고 일본 경찰은 평화적 입장에서 대처했다고 배웠다. 일본이 당한 피해만 기록되었고 한국의 피해는 정확히 배우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흘린 피와 눈물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16년째 살고 있는 천안은 일본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의 고향(충남 보령)이 지척이다. 3·1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하다 모진 고문으로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생가, 아우내 장터 그리고 3·1절 행사를 거행하는 독립기념관이 있다.
천안에 처음 와서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독립기념관 전시실을 관람하던 중 듣게 된 소리, 한국 어머니가 자녀에게 "옛날에 일본놈들이 이렇게 몹쓸짓을 했단다"라고 알려 주고 있었다. 관람하는 내내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며칠 후 나는 일본 전통의상(기모노)을 입고 독립기념관을 다시 찾았다. 이 날은 관람 목적이 아닌 유관순 열사에게 사죄문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독립기념관 방문 후에 유관순 열사 사당을 방문해 절을 올리고 사죄문을 낭독했다.
"일본은 과거의 대량학살과 비인간적 만행을 시인해야 합니다. 도저히 입에 담지 못하는 일들을 행한 일본인의 만행을 용서해 주세요. 같은 일본인으로서 반성하고 한국과 한국의 희생자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겠습니다. 열사님의 고향에 사는 일본인으로서 당신이 꽃다운 나이에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며, 빼앗긴 조국의 독립만세를 외치던 그 불굴의 의지와 열사의 정신을 힘닿는 대로 일본에 알리겠습니다."
나는 일본인 입장이 될 수도, 한국인 입장이 될 수도 있는 가계의 사정이 있다. 조상 3대가 한·일 가정이다.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이 알고, 고통을 준 사람은 쉽게 잊어버린다.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이 당한 고통을 알고, 그 한 맺힌 죽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도록 한국을 사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일본에서 매년 열리는 시청각장애인대회에서 양국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통역봉사를 한다. 응어리진 한을 풀어 양국 국민이 서로를 이해하며 사랑하길 소원한다.
*15년전통 천안에미네태삼천년초 ☎오전010-2576-8809,오후010-7211-8850*